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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(현 자유한국당) 공천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습니다.

자신과 갈등을 겪고 있던 옛 새누리당 소속 유승민 의원(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)의 대항마로 세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설문까지 보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.

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(부장판사 성창호)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에는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증인석에 앉았습니다.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20대 총선 당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밑에서 근무하며 공천개입 활동 실무를 담당했습니다.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공천개입 활동을 보고받고, 특정 경선후보 연설문도 직접 써줬다고 증언했습니다.

신 전 비서관은 "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유승민과 갈등으로 대구 동구을 지역구에 끝까지 친박 대항마를 내세우라고 지시했냐"는 검찰 질문에 "그렇다"고 답했습니다.

신 전 비서관에 따르면 이는 유승민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의도입니다. 정무수석실은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경쟁 후보로 내세워 2015년 12월까지 여론조사를 벌였으나 지지도는 지속 하락했습니다.

신 전 비서관은 "박 전 대통령이 현 전 수석에게 전화해서 '이재만이 연설을 잘못한다'고 지적하기도 했다"고 밝혔습니다. 이후 연설문은 친전 형태로 현 전 수석에게 전달됐습니다.

이때 함께 있던 신 전 비서관은 "현 전 수석이 연설문을 흔들며 '이거 봐라 할매가 직접 연설문 보냈다'고 말했다"고 전했습니다.

그는 "A4용지 3~5매 분량이었고 내용을 보진 않았다"고 설명했습니다.

증언 과정에서는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도 관여한 정황도 나타났습니다.

신 전 비서관은 2016년 초에 자신과 현 전 수석, 최경환·윤상현 의원이 모여 총선 선거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현 수석이 '박 전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장을 이한구로 하라고 했다'는 증언도 내놨습니다.

신 전 비서관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전략을 짠 주요 인물로 본인, 현 전 수석과 더불어 친박계 핵심의원이었던 최경환·윤상현 의원이 함께 했다고 진술했습니다.

이들은 2016년 4월까지 수시로 만나 논의하면서 △친박 인물 리스트 △지역구별 후보자 현황 △광역지구별 경선 선거전략 △새누리당 공천룰 등 자료를 만들어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게 그의 진술입니다.

신 전 비서관은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"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과 몇 번 통화한 적이 있다"고 말했습니다.

그는 현 전 수석이 이 자료들을 2016년 3월 초순경 당시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에게 수시로 전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. 하지만 두사람이 만남을 가진 사실이 언론에 노출될 뻔하자 이후에는 현 전 수석이 직접 자료를 전달하지 않고 정무수석실 직원을 시켜 특정지역에서 스치듯 지나가며 자료를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.

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역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아 재판은 결국 궐석으로 진행됐습니다. 박 전 대통령은 앞서 국정농단 사건 1심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16일, 구속기간이 연장되자 사선 변호인단을 전원 사임시키고 '재판 보이콧'을 선언했습니다. 지난 6일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1심 선고일에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.

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은 1심 선고로 일단락됐지만 바 전 대통령은 또다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. 이날 열린 불법 공천 개입 관련 재판 외에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당시 청와대 참모들과 공모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36억원을 상납받았다는 혐의의 재판도 진행 중입니다.

박 전 대통령은 현 전 정무수석과 공모, 2015년 11월~2016년 3월에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 친박인물을 대거 당선시키려고 친박리스트 작성, 공천관리위원 추천 등을 기획하고 친박인물 지지도 여론 조사 등을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.

장지혜 국선변호사는 지난달 16일 공판준비기일에서 "박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하도록 지시를 하거나 승인한 적이 없고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"고 밝혔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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